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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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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첫 직장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대표는 신입으로 입사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년 10월에 독일로 출장이 있는데 두바이를 경유해서 갈래 아님 터키를 경유해서 갈래?"
 
이 말은 우리에게 열심히 일하면 해외로 출장을 보내주겠다는 말로 들렸다.
 
한 번은 이런 이야기도 하였다.
 
"7말 8초에 따로 여름휴가를 가질 계획입니다. 신입 직원들의 경우는 연차가 부족하니 이틀 정도 유급 휴가를 추가로 주겠습니다"
 
그래서 6-7월에 다소 바쁜 일정이 있었어도 이 말을 믿고 8월의 휴가를 기다렸다.
 
막상 8월이 되자 대표는 아무런 언급 없이 개인 연차를 사용하여 여름휴가를 보내게 했다.
 
9월이 되자 나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본인과 몇몇 직원들의 이름만 적혀있는 독일행 항공권을 발행했다.
 
솔직히 좆같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말이라도 하지 말던가 씨발'
 
홀로 신입 직원이었던 나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때 같이 이 말을 들었던 나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사수, 타 부서 직원들도 대표의 권위에 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고 나는 그런 상황에 화가 났다.
 
사실 위와 같은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큰 불만도 없었을 것 같다. 괜히 광을 팔아서 사람의 기대감만 높게 하고 막상 일이 닥치니 입을 싹 닫는 그의 모습이 위선적이라고 느껴졌다.
 
 
나는 최소 대표라면 본인의 말의 무게를 생각해서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나는 더욱 서로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표의 저런 모습을 보고 나는 더 이상의 신뢰를 갖기가 힘들었다.
 
앞으로 그가 하는 모든 말을 100%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봉 인상 이야기도 출장도 휴가도 그냥 본인의 입맛대로 결정되는 것 같은 느낌에 짜증이 났다.
 
결국 이런 일들이 쌓여 직원들은 퇴사를 결심하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도 당사자는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내가 배운 점은 우선 본인의 말 한마디가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리로 갈수록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고
 
또 한 가지는 나이가 들수록 본인의 행동을 항상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젊을 때와는 달리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가 나서서 행동을 지적하지 않는다. 그렇게 본인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고치기 어려워지고
 
사람이 점점 구려지는 것 같다. 이는 나에게도 해당될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점점 나이가 들수록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고치려는 노력이 없다면 나도 그와 같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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